매우 가장자리에서
"마음을 먹는다는 건 무엇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거란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저 두 문장을 보면 무엇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마음을 먹는다는 말이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마음과 생각의 차이 때문일까.
요새 정말 굳게 마음 먹은 일이 있다. 뭐 거창한 건 아니고 '건강'에 대한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 탓이다. 하루하루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심상치가 않았다. 두통이 심해진다거나 목쪽에 담이 오면 며칠을 고생한다든가,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빡세게 일하는 것도 아닌데 두 어깨가 왜 그리 무거운건지. 참다참다 신경외과라는 곳을 가보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앞에 앉았는데 의사가 표정이 없이 운동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아니오'였지만, 문득 '운동'을 하나도 안한게 뭔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었겠지만...
의사는 무슨 주사를 맞으라고 권했다. 그것도 목에다가.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목에 주사요?라고 놀라서 말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곧 그건 좀... 이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던 것 같다. 의사는 그렇다면, 할 수 없고. 라는 눈빛으로 다른 처방을 권했다. 그건 '약'이었다. 약을 며칠 먹어보고 그래도 두통이 심하면 머리쪽을 찍어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좀 무서웠다. 내 머릿속에 이상이 생겼으면 어쩌지.
의사는 처방전을 입력하면서 운동을 꼭 하라고 했다. 운동이 힘들면(여기서 운동은 헬스 같은 걸 말한 듯 싶은데 내 생태를 보아하니 안될 것 같으니까) 스트레칭이라도 매일매일 하라고.
다행히 약을 먹으니 두통이 싹~ 사라졌다. 약을 먹는데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을 먹을 때 뿐이고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두통이 시작됐다. 다시 병원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그때!!! 코로나가 터져서 병원에 가는 것이 꺼려졌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와 함께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두통은 날로 더 심해졌다.
이대로는 정말 안돼겠다 싶어 유투브 요가 채널을 검색했다. 정말 많은 요가 영상이 있었다. 무엇을 따라 하면 좋을지... 너무 많으니까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초보'가 들어간 동영상 제목을 몇개 추려서 봤다. 볼 때는 쉬운데! 할 수 있겠는데! 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쉬운 동작이 아니었다. 홈트가 유행이라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도 같았다. 혹시 요가 용품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폼플러를 주문했다. 도구가 생기니 따라할 동작도 더 많아져서 좋긴 했다.
며칠 저녁 의욕을 보이다가 이내 시들해졌다. 아이의 장난감이 되어버린 폼플러는 바닥을 굴러다니다 하루를 끝마쳤다. 그렇게 또 운동은 잊혀진 채 한 두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코로나도 잠잠해져서 아이도 유치원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학 날짜가 잡힌 것이다. 의사가 당부했던 스트레칭도 생각날 때만 조금씩 하고. 그러니 두통과 어깨 아픔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젠 병원 아니면 운동,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했다. 간신히 설 수 있는 어떤 끝! 그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마음 먹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