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읽어보다

소박한 일상이 주는 감동(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cookies- 2018. 1. 6. 02:23

 

 

 

 

얼마 전, 한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전도연의 인터뷰를 듣게 됐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연기를 위해서 일상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평범함을 잘 표현한다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하다는 건 색다르지도 않고 뛰어나지도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그녀의 연기에는 뭔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연기는 왠지 모르게 특별하게 다가와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이 배우 전도연의 힘이 되었을 테다.


그녀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떠오른 책이 있었다. 바로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였다. 그래서 이 둘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의 끝에 ‘감동’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맞다! 감동을 주기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계속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감동이란 건 아주 작고 소소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때 더 커지는 것이므로.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는 그림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그림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모지스 할머니가 ‘시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소녀 시절 붉은색 드레스를 사지 못해 실망했던 것부터 가정부로 지냈던 10대 시절의 이야기, 마을의 파티와 공동의 행사를 진행했던 이야기, 눈 덮인 마을에서 썰매를 타던 이야기, 칠면조를 잡던 날 생긴 일화들... 그녀가 겪었던 다양한 삶의 장면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p.144)’펼쳐지는 책이다. 그림들은 모지스 할머니의 일생을 이야기해 주면서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도 함께 꺼내 보게 해준다.


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모지스란 할머니를 언젠가 만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지식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으로 그려졌'(p140)기에 그럴 것이다. 그림에서 풍겨오는 '그리움이라는 감정, 추억이라는 경험'(p140)이 모지스 할머니와 나를 연결시켜 주었다.

나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그 추억들이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데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꺼내볼 시간도 없었고 그 시간을 굳이 생각해 낼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서 그 때의 시간들을 다시 불러내 도란도란 이야기해 보았다. '그녀의 그림은 작은 추억을 소중하게 꺼내어 생각하게 하는 주문'(p.26) 같았다.


마지막 잠이란 그림을 보면서는 어릴 적 살았던 마을의 풍경과 계절마다 바뀌었던 색채들을 떠올렸고, 오늘은 휴교라는 그림은 장마와 폭설로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껴 보았다. 슈거링 오프와 마을 축제는 왠지 모르게 어릴 때 신나게 기다렸던 운동회를 떠올리게 했다. 연날리기란 그림은 동생과 연을 만들어 논이고 들이고 마구 달리며 연과 함께 날아오를 듯 뛰던 때를 생각나게 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내 몸 속 어딘가를 아릿하게 만들어 주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 수많은 일상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참 성실하고 진실된 삶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내 삶의 뿌리를 이루는 것들도 대단한 성과들이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진실한 태도가 모여 튼튼한 뿌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p.158)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정말 하고 싶었고 좋아했던 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보니 아주 거창한 것들은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며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특별히 크게 이룬 성과는 없지만 하루하루를 노력하며 지내온 시간들이 소중하고 대견하다.
아직 나에게도 무엇인가를 시작할 열정, 그리고 그것을 이뤄나갈 성실함이 남아 있을까. 그것보다는 ‘자연 속에서 걷고 노닐 때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하는 어른으로’(p.26)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를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길 바라본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국내도서
저자 : 이소영
출판 : 홍익출판사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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