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일주일/15년생양띠

아쿠아카페~라는 곳

cookies- 2018. 1. 10. 00:04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릴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실감하며 지낸 시간들. 아이는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아이가 없던 이전의 내 생활은 어땠었지?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아이가 내게 선물한 이 세계가 내게 더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아이가 조금 크고 나니, 일명 키카라는, 키즈카페에 자주 가게 된다. 요즘은 키즈카페도 참 다양하다. 방방은 물론이고 전동 자동차도 운전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 가장 최근 관심을 끈 곳은 아쿠아카페라는 곳이다. 집 근처에 생겨서 자주 가게 된 곳이다. 여러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거북이, 토끼, 도마뱀, 애완용 돼지 등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뱀과 다람쥐도 새로 들어왔다.

 

 

<도마뱀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거북이와 애완용 돼지에게는 먹이도 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이때 흥분한다. 먹이를 준다는 것이 그렇게 흥분되는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먹이를 주는 시간에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카페 안이 아주 어수선해진다. 물론 내 아이도 그렇다.

 

토끼와 도마뱀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이모와 삼촌이 가지고 나와 아이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해준다. 가끔 "어머니도 한번 만져보세요" 한다. 나도 처음에는 토끼랑 도마뱀을 만져 보았다. 토끼털은 부드러웠고 도마뱀 몸은 매끄럽기도 거칠기도 했다. 아쿠아카페 답게 수족관이 제일 많았는데 큰 어종부터 작은 어종까지 다양한 물고기들이 들어가 있었다. 물고기 이름은 생각이 나진 않지만 저 좁은 곳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오늘도 아이를 데리고, 아이 친구와 함께 아쿠아카페에 들렀다. 오랜만에 간 것이었는데 아이는 물고기와 동물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카페에 가면 으레 먹는 빵과 주스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제 시들해진 거로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입장료 대신 먹을 거리를 두 가지 이상 주문해야 한다. 아이는 새로 들어온 다람쥐에만 조금 관심을 보일 뿐. 처음 왔을 때 애완용 돼지와 거북이에게 보였던 신기함을 동반한 흥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돼지가 가까이 오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에게 딱 붙었다. 돼지에게 무슨 봉변을 당했었나 싶게. 그럴리는 없겠지만.

 

"거북이 먹이 줄 사람 이리 오세요" 라는 말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시시하다는 듯 빵과 음료를 먹을 뿐이었다. 거북이 먹이 주기가 끝나고 아르바이트 생이 뱀을 들고 나왔다. 나는 뱀이라면 딱 질색인데 처음엔 아이를 위해 만져보았다. 아이는 무섭다고 난리를 치더니 내가 만지니까 호기심이 일었는지 아주 소심한 손동작으로 한번 쓱~ 만져보긴 했다. 오늘은 뱀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가 씩씩하게 만지는 것을 보고 용기가 생겼는지 만져보겠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번 쓱~ 만져보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역시 뱀은 아닌가보다.

 

아이가 흥미가 없으니 나 또한 여길 왜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그래도 아직은 신기해 하는 다람쥐를 보고 집으로 가야 겠다 생각했다. 다람쥐는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물고기 수족관에 다람쥐가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 속에 다람쥐가 네다섯쯤 있는 듯 했다.

"엄마 다람쥐가 왜 저래요?"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를 보며 아이가 물었다.

"응, 다람쥐도 심심하니깐 쳇바퀴 돌리면서 노는 거야." 라고 말해주면서 '얼마나 답답할까. 이 좁은 곳에서 저거라도 돌려야 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다람쥐를 보고 먹던 자리를 정리하고 옷을 꿰입고 카페를 나왔다. 처음 왔을 때도 그랬고... 올 때마다 좀 씁쓸한 생각이 드는 카페다. 카프카의 '단식 광대'에서 처음엔 열광하던 사람들이 그가 죽은 뒤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 곳의 저 동물들도 언젠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또 사라지겠지.

 

밖으로 나오니 눈은 그쳤지만 찬 바람이 불었다. 너무 추워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의 애처롭던 마음은 벌써 사라지고 없는 듯. 아이의 손을 붙잡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