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일주일/어제의 우리

용문산 자연휴양림, 빗소리, 산책, 바람소리 그리고 화창함

cookies- 2020. 9. 9. 22:54

둘째날은 태풍 영향인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바람도 불긴 했는데 심하진 않았다. 아침을 먹고 바로 산책을 나갔다. 오후에는 바람이 심해질 것 같아서 였다. 비도 더 많이 내릴 것 같고. 우비를 입기 싫어하는 아이는 오늘은 예외라는 듯 기분 좋게, 거부하지 않고 우비를 잘 입었다. 우산도 쓴다고 해서 가지고 나갔다. 우산을 챙기지 못할 뻔 했는데, 가져와서 참 다행이었다. 

 

빗소리가 듣기 좋다.

 

비를 맞고 있는 숲 속은 짙은 초록으로 빛났다. 화창한 날도 좋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자연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숲이 젖으면서 내는 향기가 맑고 상쾌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나무 계단 쪽으로 가려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뭔가 싶어서 보니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막고 있었다. 태풍이 곧 올건가보다, 라고 남편이 말했다. 정말 태풍이 오긴 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비는 차분하게 내리고 있었다.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나무 테크와 나무 계단을 지나 구름 다리를 건너가 보았다. 비가 많이 내려도 물이 크게 불어나거나 하진 않나보다. 금지라는 말이 붙어 있지 않아서 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물이 너무 깨끗하고 맑았다. 아이와 한참 놀다가 올라왔다.

 

나뭇가지를 주워서 물 위에 집(?)을 만들었다. 오두막인가?!

 

오전을 밖에서 보내고 오후에는 내내 집 안에만 있었다. 비도 엄청 많이 내리고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방에서 뒹굴뒹굴 텔레비전도 보고 과자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찍 누웠다. 남편이 두번째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영화관람이 실패로 돌아갔다. 뭔가 연결이 안되는 것 같았다. 문제가 있어서 고대했던 에니메이션 관람은 물건너가고 또 다시 아이의 춤 사위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ㅡ,.ㅡ

다음날, 떠나야 하는데 날씨가 정말 정말 좋았다. 바람도 시원하고 햇빛도 좋았다. 가을이 왔나 싶을 정도로 밖에서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밤새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눈을 떠보니 딴 세상 같았다.  아침을 빨리 챙겨먹고 짐 정리를 했다. 계곡에 나가서 놀다 가야 될 것 같아서였다. 언제 또 여길 오겠는가, 싶어서. 

 

 

아침, 공기, 맑음

 

분리수거까지 다 끝마치고 나니 10시쯤 됐나, 11시 퇴실이지만 방을 비워 놨으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면 열쇠를 반납하고 놀다 가면 되니까.  짐을 차에 실어 놓고 계곡으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우리 셋이서 계곡에서 놀았다. 아이가 무척 신나해서 좀 짠하기도 하고.  게다가 잠자리까지 많아서... 잠자리를 도대체 몇 마리를 잡은 건지... 다 살려주긴 했지만.

 

계곡에서 두 시간 넘게 놀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날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렇게 라도 잠시 집을 떠나와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정말 계곡에 아무도 없어서 마음껏 놀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리운 곳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