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간 날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때도 난 겨울을 더 좋아했다. 겨울에 더 활동적이었고 찬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도 여름을 기다리긴 했는데 그건 냇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였다. 물은 시원했고, 더위를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으며 재미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물이 무섭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가 조금 컸을 때 물을 굉장히 무서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상하다, 물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것인데 물이 무서울까. 내 아이인데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를 닮았다면 물을 엄청나게 좋아했을 텐데. 그런 생각도 했다. 생각해보니 남편이 물을 무서워했던 것도 같다.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휴양지로 갔었는데 바다에 들어가는 걸 주춤했었다. 난 물만난 물.. 2023. 4. 24. 구름을 키우는 방법 작년에 강릉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오죽헌에서 발견한 무당벌레를 집으로 데려왔었는데 그 무당벌레가 아직도 살아 있다. 집에 데려온지 벌써 7개월째. 죽을 줄만 알았는데 우리 집에서 겨울을 잘 나고 이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 아이가 무당벌레를 키운다고 했을 때 살려주라고, 집에선 살 수 없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잘 키울 수 있다며 인터넷에 무당벌레 키우는 방법을 찾아보며 열성을 보였다. 플라스틱 통 안에 낙엽을 깔아주고 나뭇가지를 가져다 넣어주고, 꿀을 먹이로 줘야 한다면서 패트병 뚜껑에 꿀을 담아 통 안에 넣어 주었다. 그러곤 매일매일 잘 살아야 한다고 무당벌레를 요리조리 살폈다. 자기가 선택해서 데려온 무당벌레를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자연.. 2023. 4. 24. 엉뚱한 수리점 얼마 전 아이가 너무 놀기만 하는 것 같아서 한마디 한 적이 있다. “요새 너무 노는 거 아니야?” 아이는 잠깐 생각하는 척하더니 “엄마, 아이는 원래 많이 놀아야 되는 거래?” 했다. 아이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공부한 기억보다는 밖에서 뛰어 놀았던 기억이 훨씬 많다. 그 기억이 때때로 삶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안다.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때문에 내 아이도 그러길 바라면서도 또 다른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나의 어린 시절과 아이가 자라는 지금은 환경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난 놀이의 경쟁 속에서 살았다. 생각해 보면 놀이의 경쟁이란 건 순한 맛이다. 순해서 서로 뾰족해지다가도 금방.. 2023. 4.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