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책 - 토베 얀손 할머니.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 모두에 대한 추억이 없는 난 이 책을 읽으며 소피아가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벌써 40이 넘은 나이지만 그런 부러움은 나이에 상관이 없나보다. 아니면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더 부러운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여름이면 섬에서 지내게 되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은 할머니, 소피아, 아빠인데 할머니와 손녀인 소피아의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빠는 주변인물처럼 등장한다. 읽다보면 손녀가 할머니에게 너무 버릇없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그건 할머니 또한, 말하자면 근엄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들을 하는 그런 어른이 아니라는 점에서 납득이 될 수 있겠다. 할머니는 자유롭고 자연을 .. 2020. 9. 3.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를 읽으면서 방탄소년단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처음부터 끝가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놀라운 점이 많았다. 방탄소년단이란 이름만 알고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아이돌이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외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가 이렇게 철학적이었다니. 외국에서 받은 상이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느 한 아이돌이 어떤 성공을 거뒀고 그 성공을 거둔 데에 어떠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걸 알아야 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으로 방탄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이뤄낸 성과가 그저 아이돌의 성공으로만 비춰져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 ‘혁명’이란 말이 있는데, 그 ‘혁명’이.. 2020. 8. 26.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고등학교 시절 무슨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주에 관한 수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우주 어느 공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도 갈 수 없는 그런, 상상도 할 수 없는 머나먼 그런 곳에 나와 같은 자아(주관, 자의식, 에고, 자아의식)를 가진. 그러니까 ‘나’가 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 그 이후로 그런 생각은 내가 등장하는 꿈을 꿀 때마다 가끔씩 떠오르곤 했다. ‘나’와 ‘나’가 만나는 공간은 꿈 속일지 모른다고.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어젯밤 꾸었던 괴상한 일들을 기억해 내던 날들이 있었다. 난 지금도 우주 어딘가에 쌍둥이 개념이 아닌 온전한 ‘나’, 내가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터무니없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해보는 것, .. 2020. 8. 25. 오트 쿠튀르 - 이지아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강요하지 않는 시처럼, 이 시집을 분석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말하자면 나와 같은, 어쩌면 평범하고 일반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 오트 퀴튀르에 실린 시들을 분석하고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건 어쩌면 아무 소용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 쓰고 난 후 이 글을 쓴 ‘나’ 조차도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는지 도무지 알지 못 할 수도 있다. 무슨 의미인지도 파악이 안되면서도(읽으면서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읽는 순간이나 다 읽고 난 후에는 뭔가 서늘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니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픔’이나 ‘슬픔’, ‘외로움’ 같은 것이 불쑥 느껴지기도 하는 시들이 있었다. 알지? 앞 동네 2층에 독서실이 생겼대 거기선.. 2020. 8. 25. 소년이 온다 - 한강 소설을 쓰는 동안 그 묘지에 가끔 찾아갔다.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날씨가 맑았다. 향을 피운 뒤 눈을 감고 서 있으면, 온 세상이 눈꺼풀 바깥으로 밝고 찬란한 주황색이었다. 마치 아주 따뜻하고 친근한 수많은 존재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온기 속에서,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그들의 말을 내 심장에 받아 적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것이 과연 진실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해도, 어쨌든 좀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밖에는 길이 없다고. 인간의 참혹에서 존엄으로, 그 아득한 절벽들을 연결하는 허공의 길뿐이라고. - 한강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소감문, 창비 2017년 겨울호 소년이 온다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웬일인지 선뜻 손이 가.. 2020. 8. 25. 도파민형 인간(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서태지와 아이들이 큰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푹 빠져 있던 친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모든 걸 알아내고 자신의 생활의 많은 부분을 아무런 대가 없이 쏟아부었다. 아니 대가가 없다는 건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한 가지에 열정을 쏟았던 친구들 중에는 다른 것에도 열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건 대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 같았다고 좀 더 나이가 들고 나도 뭔가에 푹 빠져봤을 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도파민형 인간이란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건 어쩌면 도파민과 연관되어 나타난 행동 인 것 같다고 말이다. 전혀 도파민이란 화학물질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때는 어떤 것.. 2020. 8. 23. 내 이야기가 기적을 만날 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말 못할 고민이 생기면 일기를 썼다. 오래 전부터 했던 나만의 고민 해결 방법이었다. 사실 일기로 고민이 해결됐다면 나는 오랫동안 고민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사실이다. 일기를 쓰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그것만으로도 내 고민은 큰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나에게도 비밀스러운 상담사 나미야 잡화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일기를 쓰듯 라는 편지를 쓰지 않았을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을 사놓은 지는 오래 되었다. 재미있다고 소문이 난 책이었는데 웬일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두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꽂이에만 단정하게 꽂혀 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을 이유가 생겨서 좋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2018. 10. 2. 다시 여름이 오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이 여름이 언제 떠날까. 생각했다. 그런데 보니, 이 여름은 이미 저 뒤에서 다음 여름을 위해 몸을 달구고 있지 않은가. 이제 살 것 같아, 라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소리쳤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 날, 밖으로 나가 시원한 카페를 전전하던 때, 이 책을 만났다. 제목과 겉표지 때문에 손에 잡혔던 것 같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읽다가 이 책을 사고 말았다. 정말 갖고 싶어서! 오랜만이다. 이렇게 갖고 싶었던 책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내가 품었던 감정이, 이 책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두고 두고, 매년 여름이 올 때쯤에 다시 꺼내 읽게 되지 않을까. 나는 집에 대해 크게 생각한 적이 없다. 어릴 적에도 나이가 들은 지금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건축에 대해 생각해 .. 2018. 9. 6. 커피가 아니라, 차의 기분 나는 차를 잘 마시지 않는다. 마신다면 한겨울쯤의 어느 날이 될 것이다. 차가 싫어서가 아니라 커피에 더 익숙해져 있어서 일거다. 차를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일. 내게도 어울리는 일일까. 그건 어쩐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상한 일일 것만 같다. 차의 기분이란 책. 어느 블로그에서 보고 찾게 되었다. 차의 기분이라니.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차를 만지고 보고 마시며, 차와 가까이 지내면서 차와 함께 쓴 글. 잔잔하면서도 곧은 힘이 느껴졌다. 책을 덮고는 괜시리 차를 생각하고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푸르른, 푸른 녹차를 마시고 싶었고, 그보다 더 초록인 옥로를 한잔 우려보고 싶었다. 갑자기 마시지도 않는 홍차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얼그레이 홍차와 함께 영국의 거리를 떠올리게 됐고, 우수에 젖고 싶을 때.. 2018. 8. 26. 우린 가족이니까 닮는 거야, 변신돼지(동화) 여기 뚱뚱한 가족이 있다. 반려 동물을 키우기 위해 데려왔는데 그 반려 동물마저 뚱뚱한 돼지로 변하게 만드는 마법을 지닌 가족이다. 그런데 이 가족 너무나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돼지로 변신한 동물들마저도 그렇다. 깡말라 아픈 것 같아 보이던 동물들은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통통하게 살찐다. 뚱뚱한 엄마는 돼지로 변해버린 동물들을 키우기 싫어서 데려왔던 동물 병원으로 되돌려 보낸다. 동물들이 싫어서가 아니다. 남편, 자신, 아이까지 모두 뚱뚱하기 때문에 반려 동물까지 돼지를 키운다면 손가락질 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좀 씁쓸한 대목이었다. 결국엔 세 번째 데려온 동물까지 돼지로 변하는 마법에 걸려 돼지를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엄마 또한 동물을 사랑하고 가족처럼 돌봤다.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2018. 8. 26. 내 안의 소란도 곧 평온해지기를.. 소란(박연준)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슬픔은 자주 꺼내보지 않지만 늘 나와 아주 가까운 곳을 거닌다. 그 슬픔 때문에 더이상은 울진 않는다. 가끔 마주치면 가슴이 아리고 코끝을 찡끗하게 되긴 하지만. 박연준 산문집 소란을 읽으면서 내 슬픔들을 꺼내보게 되었다. 너무 오래 되어 가끔이라도 마주치지 않았던 그런 슬픔슬도. 그때처럼 눈물이 나지도 않았고, 다른 슬픔들처럼 가슴이 아리고 코끝이 찡하지도 않았지만,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때의 그 상황들, 나의 말들 같은 것들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내가 조금 더 어른스러웠다면 좋았을 걸. 하는 그런. 잊고 지냈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나도 소란스러웠다. 고등학교 때 만나 절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졸업을 하고 서로 다른 대학에 가서 잠.. 2018. 1. 22. 천천히 오래 걸어요, 우리!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부부가 된다는 건, 부부로 산다는 건 뭘까?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든 생각이었다. 나 또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부부로 살고 있지만. 매일 만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같은 이 생활이 왠지 저 물음의 정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젠 서로에게 깊숙이 스며들어서(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해야할까?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난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 순간은. 내가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 박연준 시인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등단작인 '얼음을 주세요'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를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를 쓰면서 시인을 꿈꾸던(잠깐 동안) 그 절실했던 시절에 그녀가 등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나와 같은.. 2018. 1. 15. 새벽 푸른빛 같은 당신, 그냥 가만히 들어 볼게요. (달콤한 노래) 어느 날은 거리를 오래 걸어보았다. 자주 걷던 길, 자주 봤던 상점들, 아주 익숙한 공기를 마셨다 다시 뱉었다 하면서 오래 걸었다. 내가 길을 걷는 동안 모르는 사람들이 나와 반대로 걸어가거나 나를 앞서 걷거나 내 뒤를 따라왔다. 무리를 지어 왁자지껄 걷는 사람들. 둘이 조용조용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사람.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 내가 모르는 타인. 모르는 사람들. 아주 익숙한 거리였지만 나는 순간 외로움을 느꼈다. 서늘한 바람이(가을의 끝자락이라서 느껴지는 그런 차가운 바람은 아니었다.) 내 뺨을 코끝을 눈꼬리를 살살 건드리고 지나갔다. 나는 한번 코를 훌쩍였다. 마치 울고 있는 사람처럼. 그때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무슨 결심이 섰는지 나뭇잎 한 장이 떨.. 2018. 1. 8. 소박한 일상이 주는 감동(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얼마 전, 한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전도연의 인터뷰를 듣게 됐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연기를 위해서 일상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평범함을 잘 표현한다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하다는 건 색다르지도 않고 뛰어나지도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그녀의 연기에는 뭔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연기는 왠지 모르게 특별하게 다가와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이 배우 전도연의 힘이 되었을 테다. 그녀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떠오른 책이 있었다. 바로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였다. 그래서 이 둘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의 끝에 ‘감동’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맞다! 감동을 주기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계속 바.. 2018. 1. 6. 삶의 무게를 견디는 힘, 연애 소설 읽는 노인 가끔, 저녁 산책을 하면서 이게 취미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생각의 맨 끝에는 항상 이건 취미가 될 수 없지... 란 결론이 나지만... 아무튼 취미란 것이 거창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내 취미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는데, 그닥 특별할 것이 없다. 기분이 우울할 때나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어 따분할 때, 스트레스가 좀 쌓였을 때.... 그때 그때에 따라 내 취미 활동은 달라지니 말이다. 하나를 정해놓고 ‘이게 바로 내 취미야’라고 말해 줄.. 그런 특별한 취미가 나에겐 없는 것이다. 적어도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이란 책에서의 노인처럼, 그런 한결같은 '관심'은 .. 2013. 9. 4. [이수명-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우리 삶은 지금 충분한가요. 슬픔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 비로소 슬픔은 완성된다. 한 고통에 묶여 다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중학교 때부터 20대 초반까지 써왔던 일기장을 꺼내 읽어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건 일기가 아니라 나에게 쓴 편지 같구나... 하는 생각. 어떤 날은 슬픈 나에게, 어떤 날은 기쁜 나에게, 또 어떤 날은 들떠 있는 나에게. 축하거나 위로하거나 하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학생일 때는 친구에게 쓴 것 같은 편지도 많았다. 그 시절에는 친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것이며, 몇 년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등등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는 많은 것을 꿈 꾸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한 것 같다. 서른 살 쯤엔 난 어떤 .. 2013. 6. 2. 또 다른 나에게 하는 인사, 아마도 아프리카(이제니) 시를 읽는다는 건... 내 내면을 읽는 것과도 같다. 시가 나에게로 올 때는 그 시 안에서 나를 읽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는 나와 가장 많은 연결고리가 있는 문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프리카에 가본적이 없다. 아프리카는 나에게 막연한 나라이다. 하지만 그런 아프리카를 시를 읽으면서 꿈꿀 수 있다. 이 시집을 집어든 이유는 말 그림이 그려져 있는 표지 때문이었다. 꿈결처럼 휙 지나칠것만 같은 이 말 그림 겉 표지는 예전에 보았던 '수면의 과학'이란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수면의 과학은 무의식의 세계를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영화로 만든 몽환적인, '시'같은 영화이다. 어느덧 지나가는 말 그림을 따라, 어쩌면 그곳이 아프리카가 아닐까란 생각이 이 시집을 펼치게 했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 2013. 6. 1. [크누트 함순, 굶주림] 어째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가. 몇 년전 오랜 습작 끝에 소설가가 된 친구가 있다. 나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를 통해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어느 신문사에 중편으로 등단을 하게 되었는데, 등단 후 통장에 들어온 상금을 보고는 정말로 이게 '내' 돈인지 알아보기 위해 은행에 전화를 해보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라면서도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기도 했다. 문학을 하겠다고 함께 공부하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 긴 시간을 견디고 결국엔 결실을 맺은 그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지만, 가장 최근 들려오는 말로는 상금을 모두 써버리고 지금은 다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시대에 오롯이.. 2013. 5. 21.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언제였나요? 나는 어린시절을 산골에서 보냈다. 내 또래라고 하면 2살 아래인 동생과 3살 위인 오빠, 그리고 옆집에 살고 있는 언니 한명과 동생 한명이 전부였다. 작은 마을이고 또래도 몇 안되었지만, 모두가 한데 모여 놀이를 하는 것은 굉장히 드물었다. 말하자면 서로 관심사도 달랐을뿐더러 셋은 남자였으므로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혼자 산에 올라, 풀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기 일쑤였는데, 그런 곳은 대개 산소 자리라는 것을 안 뒤로는 곧장 산소를 찾아 헤매다니기도 했다. 산은 나에게 좋은 놀이상대였다. 하루하루 발견하는 나무가 달랐고, 풀이 달랐고, 꽃이 달랐다. 처음 보는 나무나 들풀에게 이름을 지어 주기도 하면서, 나는 그렇게 산골소녀다운 모습을 간직하며 그 시절을 보냈다. .. 2013. 5. 1.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어요. '오즈의 마법사' 만약 지혜, 마음, 용기 중 하나를 택해 가질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지혜, 용기, 마음은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요. 사실 우리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내가 지혜로운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용기가 있는지 말이죠. 이것들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회오리 바람에 실려 뜻하지 않게 살고 있던 고향을 떠나오게 된 도로시는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면서 '오즈의 마법사' 동화는 시작되죠.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는 .. 2013. 5. 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