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이 시작됐다. 이쯤되면 9월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일상은 또 기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9월이 되었다고 나아진 것이 없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남편도 재택근무이고 아이도 유치원에 가지 않으니 저녁 시간은 더 앞당겨졌다. 이른 저녁을 먹고 정리까지 다 하고 앉아 있는데, 아직 7시도 안된 시간이었다. 남편이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요새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더니 저녁이면 밖에 나가고 싶어 한다. 산책이란 말에 아이도 좋아한다.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불과 1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태풍 소식 때문인지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아이는 낮에 잡았던 잠자리를 살려주었고, 잠자리는 날아가려다 아이의 손가락에 잠시 앉았다. 잠자리를 손으로 잡지 못하는 아이는 날아가지 않는 잠자리가 신기했는지 무서운 것도 잊은 것 같았다. 잠자리는 아이 손가락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날아갔다. 아이는 언젠가 말했었다. 엄마 잠자리는 눈이 무서운 것 같애. 그래서 가까이서 보는 건 좀 그래. 라고. 그러면서 잠자리 잡기는 놓지 않는다. 잠자리채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낚아채면 나를 부른다. 잠자리를 잡아서 잠자리통에 넣지를 못하는 거다. 그러면서 잠자리는 많이 잡고 싶어 한다. 그래도 잠자리를 괴롭히거나 하지 않고 저녁이 되면 창문밖으로 날려 보내준다. 생각해보면 집 주변에서 항상 잠자리를 잡으니까 어제 잡은 잠자리가 오늘 또 잡히는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잠자리를 살려주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중간쯤에 놀이터가 있는데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는 아이들 틈에서 놀고 싶어했다. 친구들이 그리웠던 것일수도 있다. 엄마 놀이터에서 좀 놀고 싶어. 나와 남편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랬더니 아이는 통나무만 한 번만 한다고, 했다. 통나무 오르기가 그 놀이터에 있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거였다. 바로 앞에서 못하게 하는 것도 미안해서 한 번만 하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20분정도는 논 것 같다.
공원에 사람이 많아져서 외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공원 둘레길은 어두워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았다. 그런데 난 그곳이 좋았다. 혼자였다면 가지 않았을 길었다.
하늘은 흐려있었지만 곳곳에 가로등이 있어서 가로등 불빛이 나뭇가지, 나뭇잎, 나무 사이로 비춰들었다. 그 빛들이 밤길을 색다르게 보이게 했다. 낮이었다면 빛나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나뭇잎, 풀들,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붉은색 꽃이 더 짙어 보였다.
밤의 하늘도 그 아래 풍경도 오늘 날씨, 온도와 습도, 바람과 발걸음, 숨소리, 불빛의 지나감이나 몸짓 그런 것에 영향을 받아 그에 맞는 알맞은 분위기를 뿜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더 기분 좋은 저녁 산책이었다. 우리 셋다 가벼워져서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며 그렇게 즐거운 산책을 했다. 코로나를 잠시나마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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