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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일주일/15년생양띠

놀이의 끝은 어디일까...

by cookies- 2018. 8. 31.

어린이 집에서 하원하고 저녁 준비를 하기 전까지 아이와 놀아준다. 난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놀때도 많지만, 날씨가 좋으면 공원 산책, 놀이터 투어 등을 하고 날씨가 덥거나 추우면 키즈카페나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닌다. 힘들어도, 사실 그렇게 힘든 건 이제 없지만... 이젠 혼자서도 잘 걷고, 씽씽카를 탈 때도 많으니까. 내가 굳이 손을 잡고(위험한 곳은 내 손이 필요하지만) 안고 업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 이 정도면 많이 컸다.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요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꼭 엄마랑 많이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좋아하던 티비시청도 마다하고 오로지 엄마랑 놀아야 한다는 건... 대체 어느 순간... 시작된 것일까.. 최근에 일어난 일인데... 예전과 크게 다른 일도 없었다. 거의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엄마랑만 많이 놀아야 한다는 건 대체 어느 일상과 부딪쳤던 것일까...

 

처음 며칠은 진심을 다해 놀아주었다. 밖에서 얼음 땡 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잡기 놀이도 하고... 비오는 날엔 우산을 쓰고 나가 첨벙처벙도 했다. 그런데 그런 놀이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하는 소리가 있었다.

"엄마랑은 언제 많이 놀아요?"

읭????? 여지껏 밖에서 뛰어 논건 누구랑 논 것이냐......

둘이 있을 때마다 입에 달고 있는 저 말이.. 어느 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놀이의 질이 떨어져서 그런가... 내가 질 떨어지는 놀이만 해주는 거야... 혹시... 그런가...

놀이는 양보다는 질이라고 했는데... 놀이를 할 때 오로지 아이를 위해 온 힘을 쏟는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좋다고 했는데... 밑 줄 그으며 읽던 육아책이 떠올랐다.

그래서 놀이를 다양하게 해줘야지.. 다짐을 하고선..

하루는 그림그리기, 하루는 물감놀이, 또 하루는 쿠키 만드는 키즈카페에 가서 쿠키도 만들고... 여러 활동들을 해보았더랬다.

그런데 그런 활동 뒤에 하는 말이....

"엄마, 언제 놀아주는 거에요?" 한다!!!!

이런!!! 도대체 뭐냐... 어떻게 하라는 거냐... 휴....

 

하루는 놀이터에서 놀면서 내가 말했다.

"00아 지금 엄마가 놀아주는 거야..." 라고..ㅠㅠ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 놀아주는 거구나 할 것 같았다.

아이는 "알았어요." 하며 해맑게 웃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와선 또 그 말을 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생각해 보니.. 내 말에 정답이 있는 것 같았다. '놀아주는' 내가 아이랑 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 놀아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다고 놀아줬어! 라고 생각하고 있던건 아닐까...

 

오늘은 아이에게 진지하게 물어 보았다.

"00아 엄마랑 많이 놀았는데, 언제 놀아주냐고 왜 또 물어보는 거야?" 라고.

아이가 답한다.

"엄마, 난 심심하니까 그런 거예요." 한다. ㅠㅠ

그랬구나... 심심해서...

내가 정말 건성건성... 질 떨어지는 놀이를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저녁 준비할 동안은 혼자 놀아야 하니까. 그게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많이 했다. 나도 자동차를 굴리면서 거실을 몇 바퀴돌고.. 또 돌면서...

저녁 준비 시간에는 아이도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정말 신나했다. 비록 음식이 되진 못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칼로 두부, 사과, 파프리카, 호박을 썰게 해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웃으면서 저녁을 보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놀아주는 것. 어려운 일 같지만 아주 쉬운 일이었다. 내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 만 더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다.

엄마가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와 같이 노는 것. 그것이면 족한 것이었다.

 

 

<블록으로 주차장을 만들고 미니카들을 주차했다.

자동차 놀이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지만... 네가 원한다면...>

 

<요새 채소값이 장난아닌데.. 이런 놀이를... 앞치마도 하고 야무지게 잘 썬다. 요리 놀이는 처음이라서 여태 못해준게 너무 미안하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한달에 한번씩 하니까.. 조금 위안을...>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을 먹고 아이는 말했다. "엄마, 이제 엄마랑 놀 수 있는 거지요?" 라고... 그냥 웃음이 나왔다. 난 "그래, 놀자." 했다. 아이도 웃었다. 아이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도 좀 달라졌다 느껴졌다.

그래~ 놀자! 노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니~

이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아이도 우리 엄마 뭔가 달라졌는데? 라고 느끼고 있진 않을지... 노력해야지.. 난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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