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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일주일/15년생양띠

뽀로로 밴드의 힘이란~

by cookies- 2018. 1. 12.

어제 눈썰매를 타다가 손가락을 조금 다쳤다. 다쳤다기보다는 그냥 조금 상처가 났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 상처는 아주 큰 것이었나 보다. 처음엔 손가락에 상처가 났는지도 몰랐다. 그만 타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눈썰매에서 아이를 내리는데 아이의 손가락 중간 마디쪽이 빨갰다. 자세히 보니 검지 중지 약지의 접히는 부분이 까져서 붉은 살이 보였다. 피가 나고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다 눈썰매가 옆으로 잠깐 기울었었는데 그때 다친 듯 했다.

 

"손가락에 피나네!"

 

내가 너무 놀란 듯 말을 해서 그랬는지. 자기 손을 들여다보던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날도 추운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니 장갑을 끼워주지 않은게 후회되고 미안했다. 그런데 그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러게 아까 장갑 끼라고 했지!"

 

왜 그랬을까? 괜찮다고 안심시켜 줬어야 했는데. 내 말을 듣고 아이는 더 크게 소리내 울었다. 그냥 울게 놔둘 수 있는 날씨가 아니어서 좀 누그러진 말투로 아이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집에 가서 약바르고 대일밴드 붙이자."

 

"뽀로로?" 눈물을 뚝 그치고 아이가 말했다

 

"그래~ 뽀로로 밴드 붙이자! 그러니깐 울지마."

 

아이의 눈물은 뽀로로 밴드를 붙인다는 기대감으로 바뀐듯 했다. 정말 뽀로로 밴드가 뭐라고... 아무튼 뽀로로 밴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집으로 들어와 발그레해진 볼을 좀 녹일 시간도 없이~ 나는 뽀로로 밴드를 찾았다. 약 상자에 없어서 잠시 당황했는데 안방 서랍에 넣어 놨던게 불현듯 떠올랐다. 정~~말 다행이었다.

 

 

뽀로로 밴드를 먼저 보여준 뒤, 욕실로 가 손을 씻겼다. 아이는 또 자지러지게 운다. 손에 물이 닿으면 안되는 줄 아는가 보다. 씻기고 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큰 상처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많이 아프겠지만 씻고 약발라야 한다고 다독여 주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아이의 세 손가락에는 뽀로로 밴드가 붙여져 있다. 뽀로로 밴드를 붙이기 전과 후의 반응은 정말 극과 극이다. 새삼 뽀로로 밴드의 힘을 느끼는 어제, 오늘이다.

 

뽀로로 밴드를 붙이고 잠든 아이를 보고 있으니 안쓰럽기도 하고 좀 재미있기도 하다.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뽀로로 밴드를 붙이겠지. 우리가 어떠한 방법을 찾아서든 아픈 기억을 잊듯. 아이에게도 아픔을 잊는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방법이 뽀로로 밴드일지도. 밴드를 더 사다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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