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는 집에서 잘 있다가도 한 번씩 떼를 쓰고 밖에 한번만 나가자고 조른다. 그 마음을 백번 이해하면서 나도 인간인지라, 떼를 쓰는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낼 때도 있다. 그치만 대게는 온화한 마음을 장착한 채,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20~30분쯤 놀다 들어오곤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해서, 생각해보니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놀이, 학습, 영상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다 하고 나서 더 이상 할게 없다고 생각하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 조금만 나가서 놀다 오자!”
아이는 내 말에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다. 사실 오늘은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나도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곤충채집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상하게 오늘 잠자리가 많았다. 여느 때와는 달랐다. 아이는 오늘 최고로 많은 잠자리를 잡을 것 같다며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잠자리를 8마리나 잡고선, ‘내가 잠자리를 왜 이렇게 잘 잡지?’ 하면서 스스로 상당히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는 잠자리는 이정도면 됐다고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그래, 편의점 들러서 먹을 것 좀 사자.”
아파트 상가에 편의점이 있어서, 이런 시국에는 참 다행이었다. 편의점을 향해 걷고 있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는 부동산을 좋아하지?”
“응? 부동산?”
난 아파트 상가에 있는 부동산을 떠올렸다. 편의점 옆으로 부동산이 두 개나 자리 잡고 있었다. 거리에 부동산이 하도 많으니까 아이도 그 이름에 익숙해져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이 아이에게 부동산 얘길 했나 싶기도 했다.
“응, 아빠는 부동산을 좋아한댔어.”
범인은 아빠겠지. 아니, 애한테 무슨 쓸데없는 얘길 한 거야? 난 집쪽을 향해서 눈을 흘겼다.
“엄마, 그럼 아빠 좋아하는 부동산도 사가자.”
읭????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부동산을? 부동산이 뭔 줄 알아?”
“응, 아빠가 좋아하는 거, 아빠가 좋아한댔어.”
난 곰곰이 생각했다. 우린 지금 편의점에 가는 길이고, 가면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살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동산이란 건 편의점에 있어야 할 것인데, 그때 번뜩하고 떠오르는 과자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맛동산!!!!!!!!!!!! 이었다.
“혹시, 그거 맛동산 아니야?? 아빠가 좋아하는거?”
“아~~~ 맞아!! 맛동산!!”
아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맛동산을 몰랐지? 하는 얼굴로.
난 너무 웃겨서 그만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내가 웃으니 아이도 소리내 크게 웃었다.
부동산과 맛동산, 너무 다른 거 아닌가....
부와 맛!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아마 어른들은 ‘부’를 택하겠지.
아이와 부동산, 맛동산 하면서 웃으면서 놀리면서 그렇게 편의점으로 갔다.
아이는 편의점에 들어가지 마자 맨 먼저 맛동산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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