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 때문인지 조금만 몸이 안좋아도 걱정된다. 목이 좀 아프거나 어깨나 팔다리가 아프거나 두통이 와도 곧바로 체온계를 가지고와 체온을 재본다. 혹시 열이 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코로나가 무증상도 있긴 하지만, 열이 안 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뭔가 무조건 반사 같은 작용이랄까. 아픔이 느껴지면 체온계가 손에 쥐어져 있다는.
날씨 탓인지 나이 탓인지 몸이 자주 아프다. 어디가 아프다고 딱히 말할 수도 없는. 두통이 났다가 목이 아프다가 코가 좀 막히다가 팔, 다리가 아픈 것도 같다가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별일 없이 지나갈 일도 코로나 이후로는 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듯 싶다.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아픈 것 같아서, 기분 탓인지 몰라도 자꾸만 몸이 아프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매사 의욕이 없어지는 것 같다. 아무튼 너무 피곤하고 몸이 아파서 방에서 나와 다시 소파에 누워버렸다. 아침밥을 하려고 나온 참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깨서 방문을 열고 나왔다. 소파에 누워 있는 나를 보더니 가까이 달려와 물었다.
"엄마, 왜 소파에서 잤어?"
"아냐. 방에서 잤어. 좀전에 나온거야."
나는 아이의 말에 대답해줬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가 잡자기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열 나잖아. 이마가 엄청 뜨거워!"
이말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내가 아이의 이마를 만지면서 했던 말을 똑같이 따라한 거였다. 그러곤 후다닥 어디로 달려가더니 무언가를 찾는 소리가 났다. 원하던 물건을 찾았는지 다시 후다닥 나에게로 뛰어왔다. 아이 손에 들려 있는 건 체온계였다. 아이에게도 어디가 어프면 열을 재보는 게 거의 습관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아마 내 영향이 클 것이다.
아이는 내 이마 가까이에 체온계를 대고 버튼을 눌렀다. 삐 소리가 나고 아이가 체온계 액정을 보더니 말했다.
"엄마! 정상이야! 이것 봐!"
아이는 코로나는 아닌가봐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것도 어쩌면 내가 체온을 재보면서 장난삼아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일 테다. 아이가 보여 준 체온계 액정에는 36.8˚C라고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액정도 초록색이어서 체온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체온계는 미열이면 액정이 주황색으로 변하고, 미열 이상이면 빨간색으로 변한다.
초록색에 36.8˚C니까 난 정상이었다. 정상.
아이는 체온계를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힘없이 소파에 누워있으니까 어디가 아픈 줄 알았나보다. 사실 아프긴 했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힘이 없고 의욕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 어디가 '아프다'로 몸이 받아 들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아플까봐 걱정 됐나보다. 아이에게 힘없는 모습 보여주기 싫은데 그게 또 마음대로 안된다. 아무튼 아이의 환한 웃음에 나도 힘을 내서 몸을 일으켜보았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로 인해 에너지가 솟는 경우도 많다. 그 반대인 경우도 물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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