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눈을 기다리게 된다. 겨울이 되고나서 그렇다할 눈이 내리지 않아 내심 섭섭해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까지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커튼을 열었더니 밖은 새하얀 눈이 빛나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눈이 왔네'하고 외치고 말았다. 남편은 출근길이 힘들겠지만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고 했지만 난 기분이 좋았다. 덩달아 아이도 옆에서 "눈이다! 눈"하면서 팔짝팔짝 뛰었다. 나와 맘이 통했나보다.
"눈이 왔으니깐 어린이집은 안갈래요?" 아이가 말했다. 눈이 왔는데 왜 어린이집을 안가야하지? 나는 웃음이 나왔다. 눈에서 뒹굴면서 놀고 싶었던 게지^^ 밖에서 놀고 싶은 마음이야 백번 천번 이해는 하지만 어린이집은 가야지~
"어린이집 갔다와서 눈썰매 타자!"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 왠일인지 네~ 하며 금방 수긍했다.
"눈이 녹으면 못 타요?" 아이가 다시 묻는다.
"아니야. 눈이 다 녹진 않을거야. 걱정하지 말고 어린이집 갔다오자."
"응. 그럼 이따가 엄마가 눈썰매 갖고 올거예요?"
"그럼. 그럼 약속할게~"
아이와 나는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다. 기분좋은 약속이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눈썰매를 가져갔다. 아이는 눈썰매를 보더니 빨리 타고 싶어서 엄마를 보면 칭얼대던 걸 잊어버린 듯 했다. 아침에 한 약속도 잊고 있었나보다.
눈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져서 눈은 많이 녹지 않았다. 다행이다.
찬 바람 때문에 그런지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타는 아이들이 몇 명 보일 뿐이었다. 눈썰매를 타기에 너무 추운 날씨였다. 같이 하원한 친구도 춥다며 먼저 집에 들어가서 놀이터에는 나와 아이만 남았다. 아이는 집으로 들어가는 걸 거부했다.
나는 어릴 적 아주 시골에 살았었다. 강원도 산골. 그것도 아주 깊숙한 산골이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큰 길이 나지 않았을 때는 토끼길 같은 좁은 오솔길로 다녔다. 그때 겨울.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눈으로 이글루같은 눈집도 만들고 검처럼 긴 고드름을 따며 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끼며 놀았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그래서인지. 눈이 쌓여 있는 오늘. 날씨는 몹시 추웠지만 아이와 눈썰매를 타고 싶었다. 추운게 뭐가 대수랴~ 하면서.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놀이터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나니 더 춥기도 했고 콧물을 흘리는 아이가 걱정도 되었다.
"너무 추운데 이제 들어갈까?"
"한 바퀴만 더요."
아이의 바람대로 딱 한바퀴만 더 돌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니 둘 다 양볼이 발그레했다. 추워서 덜덜 떨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이도 아마 나와 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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